장손 며느리, 명절의 무게를 덜다
장손 며느리라는 타이틀은 무거웠지만, 십여 년의 결혼 생활 동안 비교적 가볍게 지내왔습니다. 처음 남편을 따라 시댁에 갔을 때의 설렘을 기억하며, 명절마다 겪었던 변화들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새벽 5시에 시작되는 명절, 시댁에서의 첫 경험은 제게 큰 문화적 충격이었죠. 명절 전날부터 제사 음식을 준비하느라 꼬박 하루를 부엌에서 보낸 것은 결혼 후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새 밥을 짓고 탕국을 끓이는 어머니의 분주한 모습은 제게 낯설면서도 경이로웠습니다.
요리 초보 며느리의 좌충우돌 명절 분투기
친정에서는 추도예배를 드렸기에 제사상 차리는 모습은 낯설었습니다. 열심히 음식을 나르면서도 부엌에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죠. 가스 불 세 개를 동시에 사용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어머니의 손놀림은 그야말로 '장인의 경지'였습니다. 결혼 후 처음 차례상을 차려보고, 조상님께 절을 하고 성묘를 다녀오면 해가 저물었습니다. 이미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이 많았지만, 어머니는 친척들을 위해 또 다른 음식을 준비하셨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명절 하루는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허리를 펴고 누울 수 있었습니다. 퉁퉁 부은 다리에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요리 초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특별한 공감
어머니가 잠시 외출하신 사이, 저에게 요리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습니다. 하지만, 재료들을 펼쳐 놓으니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죠. 동그랑땡은 길쭉한 타원형이 되었고, 달걀물과 밀가루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헷갈렸습니다. 그때 아버님이 다가오셔서 엉망이 된 동그랑땡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옷을 입혀주셨습니다. 아버님은, '이것만 하고 엄마 오면 같이 하자'라고 말씀하시고 모양을 잃어버린 뒤죽박죽 동그랑땡을 술안주로 맛있게 드셨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어진 게 없는 부엌에서 어머니는 짧은 시간에 몇 가지 음식을 뚝딱 만드셨고, 긴장한 저에게 맛을 보라며 살갑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날, 저는 혼나지 않았습니다.
명절 음식, 그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명절 음식 준비는 꼬박 이틀을 부엌에서 쪼그리고 앉아 채소를 다듬고, 꼬치를 만들고,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를 빚는 고된 과정이었습니다. 거기에 색색의 전을 부쳐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실 때 친척분들 한 분 한 분의 취향을 기억하시며 즐겁게 요리하셨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시고, 돌아가는 길에 음식을 챙겨 보내셨습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힘들게 만드시는 동안 옆에서 덩달아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있던, 며느리에게 미안하셨던 걸 알고 있습니다.
명절, 기름 냄새 대신 여행을 선택하다
이제는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대신,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한 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납니다. 처음 명절에 여행 얘기를 꺼냈을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남편은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내고 싶다며 매년 같은 화두를 꺼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을 만나 덕담을 나누는 명절은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가 필요했고, 그 주인공은 어머니와 며느리였습니다. 명절이면 최소 이틀에서 삼 일은 반복되는 노동으로 인해 명절 후유증이 생기고, 일상으로의 복귀는 쉽지 않았습니다.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소모되는 체력 또한 시간이 갈수록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끈질긴 설득 끝에 아버님은 백기를 드셨고, 2022년 9월 추석에 처음으로 신안 보라섬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으로 바뀐 명절 풍경, 그리고 새로운 관계
그 여행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명절이면 녹진한 기름 냄새 대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릅니다. 온몸이 욱신거렸던 명절이 부모님과 돈독해지는 추억 여행이 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불량한 장손, 장남 며느리는 남편에게 시댁 가자고 조르는 철없는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고, 시부모님은 친정 부모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잘하려 애쓰지 않고 너무 못나게 굴지 않는다면, 부모 자식의 도리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은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넉살 좋고 똑 부러진 며느리는 아니지만, 아버님 적적하실 때 옆에 앉아 도란도란 술친구 되어 드릴 수 있고, 어머님 푸념 사심 없이 들어 줄 수 있는 장손 며느리입니다.
명절, 이제는 가족 여행으로! 장손 며느리의 행복 찾기
명절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가족 여행을 선택한 장손 며느리의 유쾌한 변화를 담았습니다. 여행을 통해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하고, 더욱 편안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희망을 전달합니다.
독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명절에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시부모님의 반대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A.남편의 끈질긴 설득과 함께, 명절의 의미를 가족 모두가 행복하게 보내는 방향으로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부모님도 여행을 통해 새로운 명절 문화를 받아들이셨습니다.
Q.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A.시어머니와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요리를 못하는 며느리도 할 수 있는 역할(예: 보조 역할, 맛있게 먹기)을 찾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갔습니다.
Q.여행을 떠난 후, 명절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A.명절 특유의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 대신, 여행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감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더욱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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