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연상 외숙모와 아들…금지된 사랑이 낳은 비극, 낭만주의 화가 제리코의 파란만장한 삶

모두가 부러워했던 청년, 파멸의 길을 걷다

1818년 프랑스 파리의 한 허름한 방, 스물일곱 살 청년의 눈은 광기로 번뜩였습니다. 그는 평생 먹고살 걱정 없는 부자, 재능을 인정받는 화가, 파리 사교계의 멋쟁이였지만, 여섯 살 연상의 외숙모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고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그는 미친 듯이 캔버스에 매달려 '메두사호 뗏목 사건'을 그리며 자신의 마음속 지옥을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그 남자는 낭만주의 미술의 선구자, 테오도르 제리코였습니다.

 

 

 

 

자유로운 영혼, 틀을 깨다

제리코는 규칙과 규율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그는 아카데미 교육 대신 여러 화가의 작업실을 오가며 자유롭게 그림을 배웠습니다. 스승의 그림을 베껴 그리는 시간에, 차분하고 단정한 그림을 격정과 에너지로 가득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멋대로 바꿔 그렸습니다. 당시 프랑스 미술계의 대세는 ‘신고전주의’였지만, 제리코는 차가운 머리 대신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보고, 그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첫 살롱 전시 출품작 ‘돌격하는 샤쇠르’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미친 사랑, 비극의 씨앗

제리코에게는 자신을 후원하고 격려해주던 자상한 외삼촌이 있었습니다. 제리코는 외숙모가 되는 27살 연하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알렉상드린에게 끌렸습니다. 외숙모와 불륜을 벌이는 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사회적 금기였지만, 제리코는 알렉상드린에게 빠져들었습니다. 파국, 그리고 지옥, 매혹적인 사랑에 굴복했다고 해서 죄책감과 두려움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예술혼

제리코는 로마로 유학을 떠났지만, 외숙모에 대한 마음속 열망과 불안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결국 그는 2년이 채 안 돼 파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꺼졌던 미친 사랑의 불씨는 다시 타올랐고, 1818년 8월, 외숙모가 제리코의 아들을 낳았습니다. 가족들은 제리코와 의절하고, 제리코의 아들에게 ‘조르주 이폴리트’라는 상관없는 이름을 붙여 시골로 보내버렸습니다. 절망에 빠진 제리코는 ‘메두사호 난파 사건’을 접하고, 이 사건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메두사호 사건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걸작, '메두사호의 뗏목'

제리코는 생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뗏목의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시체가 썩어들어가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영안실에서 절단된 팔다리와 머리를 빌려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생존자들이 저 멀리 지나가는 배를 발견한 순간’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작품 ‘메두사호의 뗏목’은 8개월 만에 완성됐고, 1819년 살롱 전시에 공개되자 미술계는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을 흔들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예술가의 비극, 불멸의 유산

제리코는 런던에서 상업 전시를 열어 성공을 거뒀지만, 우울증은 깊어졌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1821년 파리로 돌아온 그는 폐결핵과 우울증, 승마 사고로 건강을 잃었습니다. 그는 붓을 놓지 않고 ‘광인 연작’을 그렸지만, 33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맙니다. 제리코는 낭만주의자 그 자체였고, 그의 낭만주의적 기질은 예술가로서는 축복이었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저주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 척의 배를 육지로 밀어 올렸습니다. 한 척은 ‘새로운 예술’이라는 배, 다른 한 척은 ‘아들의 삶’이라는 작은 조각배였습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낭만주의 화가, 제리코

제리코는 금지된 사랑, 사회적 비극,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 승화시킨 낭만주의 화가입니다. 그의 삶은 고통과 광기로 점철되었지만, 그 속에서 탄생한 걸작들은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선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제리코는 어떤 화풍을 추구했나요?

A.제리코는 신고전주의의 엄격한 규칙을 거부하고, 인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낭만주의 화풍을 추구했습니다.

 

Q.'메두사호의 뗏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메두사호의 뗏목'은 사회적 금기를 어기고 고립된 제리코 자신의 모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Q.제리코의 작품이 갖는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A.제리코의 작품은 인간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냄으로써,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영감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