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마트에 김장을 준비하려고 갔는데 정말 멘붕이 따로 없었습니다. 배추 코너에 다가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죠. 평소에 김장철이 되면 배춧값이 오르긴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마치 양배추만 한 크기의 배추가 한 포기에 2만원이라니요.
결국 두세 번 더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나서야 겨우 한 포기만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매장에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저만 힘든 게 아닌 것 같더군요. 마트 직원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요즘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여름 내내 폭염이 이어졌던 것도 문제였지만, 일부 재배지에서는 가뭄까지 겹쳐 제대로 자란 배추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사실 작년에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가며 배추 농사에 큰 타격을 줘서 김장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때보다도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습니다. 배추값이 이대로 계속 오르면 김치를 담그는 것 자체가 사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집에 돌아와서 혹시나 싶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니,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양배추만 한 배추가 한 포기에 2만원’이라는 글도 눈에 띄고, 김치를 담글 생각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로 대신한다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큰맘 먹고 포장김치라도 사볼까 해서 온라인 몰을 살펴봤지만, 이미 재고가 동난 상품이 많았습니다. 대상이나 CJ제일제당 같은 대형 김치 제조사도 일부 제품의 판매를 중단할 정도라니,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죠.
정부에서는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수급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그 양이 얼마나 될지도 걱정입니다. 초도 물량으로 16톤이 수입된다고는 하지만, 김장철을 앞두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마저도 금세 동날 것 같거든요. 마트에서는 다음 달 2일까지 최대 40% 할인 판매를 이어가겠다고는 하지만, 지금 가격 자체가 워낙 높아서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이러다가 정말로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라도 담가야 하나?’라는 농담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 사 온 배추 한 포기가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던지요. 올겨울엔 ‘김장’ 대신 ‘김치 사기’가 또 하나의 연례행사가 될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