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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도 비싼데 2차는 무리”… 노래방 폐업 속출, 자영업자들의 희비 갈린 이유

최근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외식 문화와 여가 생활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밥값이 크게 오르면서 2차, 3차로 이어지던 모임 문화가 사라지고, 혼자서 간단하게 먹고 즐기는 ‘혼밥’과 ‘혼술’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던 전통적인 여가 시설인 노래방의 인기가 급격히 하락한 반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편의점이나 저가 커피전문점, 그리고 젊은 층을 겨냥한 실내 골프연습장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노래방의 몰락: 한때의 인기 창업업종이 이젠 사라져간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필요 없어 한때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었던 노래방이지만, 이제는 그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코인노래방 열풍으로 노래방의 수가 크게 증가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6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2016년 3만5000여 개에 달했던 전국 노래방 수는 2020년에 3만 개 선이 무너졌고, 2024년 7월 기준으로는 2만5990개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식사 후 2차, 3차로 노래방을 찾는 회식 문화가 급감한 영향이 큽니다.

서울 서초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예전에는 저녁 회식 후 노래방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방 6개 중 1개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석이나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노래방에 오던 시절도 이제는 다 옛말이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노래방의 모습은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소비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급격한 폐업률을 보이는 외식업

노래방뿐만 아니라 외식업도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음식업 폐업률은 무려 19.8%로, 전체 음식점 79만 개 중 약 15만 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손님은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전기세 등 고정 비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2대째 설렁탕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은 “원래 8000원이던 설렁탕 가격을 지난해 9000원으로 올렸는데, 그새 재료비가 더 올라 난감하다”며, “코로나 때는 손님이 적어도 정부 지원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없으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외식업은 한때 자영업자들이 선호하는 창업 업종이었지만, 이제는 높은 폐업률과 지속적인 비용 상승으로 인해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편의점과 저가 커피전문점, 불황 속에서 웃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업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편의점과 저가 커피전문점입니다. 전국 편의점(직영점 제외) 수는 2020년 4만4858개에서 2024년 7월 기준 5만3242개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이는 편의점이 치킨, 피자, 샌드위치 등 델리류부터 커피와 같은 디저트류까지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식사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커피전문점의 수 역시 크게 증가했습니다. 2020년 7만1233개였던 커피전문점은 2024년 7월 기준으로 9만6520개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1500~2000원대에 판매하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형 커피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NH농협카드의 ‘소비트렌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반면, 스타벅스나 할리스 같은 대형 브랜드의 이용 금액 증가율은 9%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편의점과 저가 커피전문점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비싼 외식 대신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식음료를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실내 골프연습장의 급성장

골프도 대중적인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실내 골프연습장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2020년 5365개였던 실내 스크린골프장은 2024년 7월 기준으로 8762곳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골프를 시작한 ‘골린이(골프 초보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필드보다 저렴한 실내 연습장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수요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2017년 636만 명이었던 20세 이상 골프활동 인구는 2021년 1176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골프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실내 골프연습장은 새로운 자영업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정부의 역할은?

자영업자들의 폐업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폐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용실, 당구장, 헬스장 등 소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의 폐업도 늘고 있어, 자영업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이 우려됩니다.

이화여대 석병훈 교수는 “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고, 레드오션이 된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폐업·전업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경쟁력 높은 자영업자를 지원해 소기업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무작정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노인 일자리 등 정책을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며, “창업을 쉽게 보고 도전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자영업자가 혼자 시장 상황과 경쟁력을 판단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창업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영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외식과 여가 문화의 변화가 자영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외식 문화와 회식을 선호하지 않고, 개인화된 소비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앞으로 자영업자들이 성공적인 창업과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정부의 지원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이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