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재계 '경영권 방어' 무너질까? SK·삼성 사례로 살펴본 행동주의 펀드의 위협
자사주, 경영권 방어의 핵심 수단에서 '공격의 대상'으로?
자사주는 단순한 주가 부양·주주환원 수단을 넘어 '경영권 방패'의 기능까지 맡아왔습니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 장치 없이 자사주부터 무조건 소각해야 한다면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의 공세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국내 기업은 적대적 M&A(인수·합병) 등 외부 세력의 공격이 발생하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백기사'(우호세력)에게 매각,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지켜왔습니다.
SK와 삼성, 자사주로 '행동주의 펀드' 공격 방어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의 SK 공격,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 공격에서 자사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SK는 소버린의 공격 당시 보유 중인 자사주 10.41%를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형성해 지켰습니다. 엘리엇과 삼성의 공방에서도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를 KCC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했습니다. 당시 소버린과 엘리엇은 자사주 활용이 부당하다며 법정 다툼으로 이끌고 갔으나 법원은 SK와 삼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된 한국 기업들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더 거세졌습니다. 영국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된 국내 기업은 66곳으로 2020년의 6.6배입니다. 전년(77개)과 비교하면 공격 건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재계의 우려와 대안 모색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앞서 경영권 방어 수단의 제도화가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냅니다. △기존 주주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새로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포이즌 필' △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보유한 주식의 금액·수량과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중요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등이 대표적입니다. 2011년 상법 개정에서 자사주 취득·처분 제한을 완화하고 '특정 목적 취득분의 처분의무' 조항을 삭제해 자사주 활용의 폭을 넓혔는데, 포이즌필 도입이 무산된 것이 영향을 줬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또 다른 문제점: 재무적 유연성 제약
경영권 방어 외에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자사주의 담보설정, 임직원 성과보상, 현물 배당 등 다양한 재무적 활용 수단이 제약됩니다. 또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특정 목적에 따라 취득한 자사주까지 강제로 소각하면 자본금 감소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부채비율, 자기자본 비율 등이 악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자발적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추세, 의무화의 역설
아울러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 중입니다. 올해 1~8월 자사주 소각 기업은 206곳으로 이미 지난 한 해(177곳)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이고, 매입한 자사주 중 5조8119억원어치는 소각을 결정했습니다. LG그룹도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고, 5000억원가량을 소각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소각을 의무화하면 자사주 매입 유인이 줄어 결과적으로 주주환원 자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야당, '기업 단두대법'으로 규정하며 반대
야당도 자사주 의무 소각에 반대합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기업 단두대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필리버스터 등을 동원해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기업의 선택권을 줄이고 경영권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강행 통과시킨다면 보완입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우리당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 자사주, 경영권 방어의 마지막 보루?
결론적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약화시키고, 재무적 유연성을 저해하며, 주주환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SK와 삼성의 사례에서 보듯, 자사주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자사주 소각 의무화, 왜 논란이 되고 있나요?
A.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약화시키고, 재무적 유연성을 저해하며, 주주환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SK와 삼성의 사례처럼, 자사주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Q.행동주의 펀드는 무엇이며, 왜 한국 기업을 공격하나요?
A.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증대를 목표로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는 펀드입니다. 한국 기업의 낮은 주주환원율,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해 공격적인 주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인가요?
A.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악용하는 것을 막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여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